2013년 3월 중순 프리마 여성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 결과,자궁경부암으로 의심된다고 판단되어 상급 병원으로 전원하라는 소견서를 받았습니다. 산부인과 가는 것이 그리 두려워 망설였으나 회사 동료는 '자궁 근종'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안심시키며 병원 근처까지 손잡고 가주었건만 근종이 아니라 암이라니 정말 제가 암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인에게 의논했더니 무조건 '아산 병원'을 추천하더군요. 아산 병원 홈페이지에서 산부인과 의료진 소개를 보니 스케줄이 꽉 차 있고 경륜이 깊어 보이는 김영탁 교수님을 그 다음 주 금요일로 예약했습니다. 하루가 급했지만 다른 병도 아니고 '암'이라고 하니 최고의 의료진에게 내 몸을 의탁하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회사에 되도록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오전 9시에 진료받고 몇 가지 검사를 받고서 뒤늦게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바로 중증 환자로 등록되어지더군요. 국민건강보험으로 선택 진료비 외에는 치료비 5%만 내면 되는데 나라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다다닥 검사를 받더니 벌써 결과가 나왔는지 마치 사건 24시처럼 오후 늦게 아산 병원에서 연락이 와 수혈받아야 하니 저녁 7시까지 오라고 합니다. 피 검사를 통해 일반 여성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12~13 이 정상인 반면 대개 7로 떨어지면 수혈받아야 하는데 저는 4 가 나왔으니 제 몸에 피는 거의 바닥 상황이었습니다. 며칠 전 출근 길에 너무 춥고 온 몸이 떨려 한걸음 떼기가 그리 힘들었던 이유가 어혈증이 아니라 자궁경부암을 방치해서 심하게 빈혈이 왔던 것입니다.응급실에서 저녁 9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세 통을 수혈받는데 다른 환자 옆에는 보호자들이 있었지만 제게는 밤새도록 통화를 했던 고교 동창생이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헌혈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다가 '헌혈'은 커녕 남의 피로 되려 '수혈'을 받다니 플러스 인생이 아니라 마이너스 인생이구나 하면서 한동안 서러웠습니다. 정말 이번에 새로운 삶이 선사되어진다면 꼭 한 번 쯤은 '헌혈'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5년 간 제 피를 누가 달가와 하겠고 5년이 지나고도 제 피가 사회에 쓰여질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이래서 '있을 때 잘 해'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김영탁 교수님은 자비로운 인상에 비해 엄격하고 빈 틈이 없어 보입니다. 그분이 질문하면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주눅 드는 것이 이미 제가 암 환자로서 사회적 약자가 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암 인줄 몰랐을 때는 하혈하고 춥고 떨리면서도 일 때문에 사람을 만나야 할 때 나름 쌩쌩했는데 암 판정받고는 몸을 사리게 되고 소심해지고 누가 연민의 손길을 내밀면 눈물만 나오니 비로서 환자인 것입니다. 살면서 힘들 때,벽에 부딛힐 때 더러 더러 죽고 싶기도 했는데 막상 죽음의 그늘이 제 몸을 휘감으니 살고 싶다는 의지가 더 없이 강력해지는 것이 무교였던 제가 교회나 기도원을 찾게 됩니다.https://www.silvercloud.pe.kr/product/clssic2 어차피 만들어진 블로그에 암환자 동료들과 제 자신을 위해서 보탬이 되고 싶기에 정보 교환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며 차분히 1년 전 제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기록하겠습니다. 그간에 만났던 암 환자들과 어울렸을 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암 환자들이 제일 신났을 때는 암 환자와 대화하며 산책하고 같이 식사하고 놀 때입니다. 그때가 그립군요! (이전 블로그에서 옮긴 글입니다)
